2016. 11. 22. 15:40 일상

[감상] 가려진 시간



어딘가로 숨어버린 세계가 있다. 

나의 시간은 끊임없이 돌아가고, 그러나 그 어느 순간, 나도 알아차리지 못한 새 숨어버린 시간이 있다면-, 이라면 상상에서 시작된 영화인 듯도 하다.



한 번 파면 깊이 덕질하는 성격 탓에 기본이 10년 이상 좋아하는 것들 뿐이다. 밀크티는 하루에 한 잔 이상 마시지 않으면 하루종일 찝찝한 기분이고, 가장 좋아하는 만화책은 중학생 때부터 꾸준히 헌터헌터였다. 덧붙여 말하자면 최애캐는 11년 째 크라삥, 그리고 십이국기의 요코&케이키... 그래서 참치 오빠도 영애 언니와 함께 투탑 최애로 10년째 내 심장 좌심방 우심실에 안주해계신다:D...



 애초에 기본적으로 나는 영화를 좋아하는 편은 전혀 아니다. 2시간이면 책 2권을 읽는데, 라는 오만한 생각에서부터 시작된 그 버릇은 작년 개봉한 검은 사제들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난공불락의 어떠한 것이었다.



 그러나 11월 검은 사제들에서 참치 오빠가 수단을 입고 후광을 덧씌워 노래를 부르는 씬에 그 해 보았던 영화보다 더 많이 예매를 했었다. 그리고 나서 1년, 여름부터 동원어빠가 덜 자란 소년미를 마음껏 풍기는 영화를 하반기에 개봉한다는 소식에 내 심장은 남아나질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개봉전 무대인사표로 처음 가려진 시간을 보았고, 그러다보니 이렇게 잘 쓰지도 않는 영화 감상평을 쓰게 되었다... 네 다음 등신.



 영화를 썩 좋아하지 않지만, 굳이 따지자면 좋아하는 영화 장르는 느와르물이다. 대부, 무간도, 신세계 같은. 시커멓고 질척거리는, 인간 관계의 긴박한 스토리를 좋아하는 면에서 가려진 시간은 그런 계열은 전혀 아니다. 판타지 물이랄까, 판타지 성장물이라고 할까, 쪼개어 이름을 붙여보자면 감성 판타지 성장물? 쯤 될지도 모르겠다. 성장하는 건 수린이와 성민이, 두 사람 다. -그리고 그 성장이라는 것이 반드시 긍정적이지만은 않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었고.



 이 영화의 백미는 영상미였다. 어딘지 그리운 모노 톤의 필터를 덧씌운 스크린은 투명하고, 밝고, 동시에 애달프다. 모든 것이 정지된 영상, 익숙한 풍경을 잘라낸 배경 속에서 천진하게 걸어가는 성민이와 태식이의 움직임은 찰나처럼 가볍고 그리웠다. 수린이를 생각하며 깎아낸 비누 조각은 어떠했던가. 솔직히 천사의 깃털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신성한 오빠의 얼굴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아야 했다. 일상 속에 섞인 비일상, 지독하리만큼 고요한 세계. 수린이가 꿈꾸었을지도 모르는 그 세계 속에 갇혀, 두 사람은 어떤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랐을까. 모든 것이 정지된 세계에서 시종일관 조용하게 흐르던 OST도 영화의 아름다움을 한껏 살려주는 장치가 아니었을까, 생각도 해보았다. 그 와중에 긴박한 장면 또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영화에 포인트가 되어주었고.



 스토리 자체 또한 매력이 있었다. 정지된 시간을 꿈꾸지 않은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모든 것을 준비하고 잠자리에 누운 일요일 밤, 이 순간이 영원히 정지되길 바란 적 없는 사람은 아마도 드물 것이다. 그러나 그 영원 속에 나만 남겨져 있다면-, 바람은 지독한 악몽이 되어버릴 것이고. 독특함은 아마 그 거리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시간이 흐르지 않는 부드러운 한낮의 풍광 속에서 간간히 배어나오는 그 고독과 그리움, 이라는 면에서. 엄 감독님은 믿음에 대해서 부각 시키고 싶었다고 했었는데, 나에게는 그 믿음 또한 누군가를 간절히 생각하는 그리움을 담은 감각이라고 느껴졌다.





어딘지 모르게 강풀의 타이밍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작품이었다. 태식이와 성민이의 느긋한 움직임을 보노라면 어울리지 않게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도 떠올랐고... 사실 보고 나오면서 참치 어빠의 미모가 너무 출중해 영화가 아니라 화보를 찍으셨구나... 무릎이 갈리며 현생도 갈아넣어야지라는 생각을 강하게 했다. 그래서 저는 한양에서 대구까지 무대인사 갈 거구요...?



 무엇보다도 나는 엔딩이 가장 사랑스러웠다. 풍경도 그랬고, 주인공도 그랬고, 엔딩 크레딧의 OST도 그랬고. 항상 책이나 영화 등, 이야기를 뼈대에 둔 엔터테인먼트에 있어서 엔딩이 아름답기는 쉽지 않은데 그런 면에서 이 '가려진 시간'의 엔딩은 아주 강렬하면서도 이 영화에 잘 어울리게끔, 먹먹하면서도 잊히지 않게 만든 영화다. 마지막 엔딩을 보기 위해서라도 여러 번 갈 만한 가치가 있는!! 그런 영화:D 사랑스러우면서도 잔잔하게 가슴이 아려오는, 아- 설명하기 어렵지만 솜사탕 같기도 하고...!!



 나한테는 정말 좋은 영화라서 내 친구들한테 추천을 했더니 네가 강동원 빠라서 그렇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ㅠㅠㅠ 하지만 나새끼 진짜 영화 별로 안 좋아하고, 내 기준 확고한 사람이고 어느 정도 냉정하기도 한 사람이다ㅠㅠㅠ 그런 면에서 가려진 시간, 이 영화, 웰 메이드 영화라고 생각하는데ㅠㅠㅠㅠ 물론 그 웰 메이드에 동원오빠의 미모도 열일한 것을 빼놓을 순 없지... 물론 상대역을 맡은 신은수 양의 열일도 어마무시했다. 아직 어리지만 그 나이에 그런 연기력이라니 미래를 기대해보고 있구여...? 그리고 성민이 아역을 맡은 우리 효제ㅠㅠㅠㅠㅠㅠ 누나가 많이 아낀다 무럭무럭 자라라ㅠㅠㅠㅠ흑ㄱ흑 아역들 다들 너모 귀여웠닥우ㅠㅠㅠㅠ 아무튼 가려진 시간 볼까 말까 고민하시는 분이라면 주저 없이 보아도 좋다고!! 저는 그렇게 추천하렵니다. 동원어빠 화이팅s2s2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와 완결  (0) 2019.12.04
커미션 안내  (0) 2017.03.25
보호글 비번  (0) 2016.09.22
Posted by habanera_

블로그 이미지
habanera_

공지사항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