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7. 22:39 2차 끄적/발치에 떨어진 동백 꽃잎보다 작은 것이
[검은 사제들/범신준호]발치에 떨어진 동백 꽃잎보다 작은 것이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그런 느낌은 깡그리 무시하는 준호는 최근 한성에서 일어나 간단한 치정 싸움으로 판결난 서간을 다시 검토하느라 그 고운 눈매가 찌푸려져 있었다.
“오셨는가.”
“뭔 일로 불렀다요?”
간단한 치정 싸움이었다고는 하나 그 당시에는 나름 한양에서 잦은 소문을 만들어 냈다던 사건이었다. 지금에야 피해자였던 여성이 자리를 떨치고 일어나 서로 간 합의로 무마했다고는 하나 어쩐지 찝찝함이 느껴졌던 터라 부른 다모였다. 자주 만난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원래 말버릇이 그런 것인지 아니면 형조의 망나니라고 익히 들은 탓인지, 순하다고는 할 수 없는 다모 남순이 소맷자락을 끌어내리며 눈매를 치떴다.
“아니, 이 사건 말이야. 둘이서 잘 해결했다고는 하는데, 이럴 수가 있나?”
“아, 그 사건요?”
심드렁하게 준호의 말을 받아 넘기나 싶더니 서간을 확인하고 알겠다는 양 갑자기 생기를 띤다.
“그게 긍께 신기하다 요 말이요. 아니 우째 여자 힘이 그만치 세단 말잉가? 한 손으로 팔이 뿌러졌다고 하니, 내 참말로 내 눈으로 보고도 신기허다, 이랬제!”
사실 별 다른 일이 아닌 것도 맞았다. 애초에 가해자와 피해자 여성 둘 다 천민 신분이었고, 흔히 있을 수 있는 치정 싸움이었다. 다만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면 가해자 여성이 피해자 여성의 팔뚝을 한 손으로 부러뜨려버렸다는, 여성의 힘으로는 믿기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는 것 뿐. 피해자의 팔을 직접 확인했던 남순도 준호가 그 사건에 흥미를 가진 것이 마음에 드는지 고개를 주억거리며 제 기억 속 피해자와 가해자 여성의 대화까지 설명하는 것이다.
“하여튼간에 사내놈들 거시기가 문제여. 둘이 죽고 못 사는 줄 알았재비, 따른 기생년이 또 있는 줄 알았것어? 사랑한다, 기적에서 빼내준다 어쩐다 하던 마당에 딴 기생년헌티두 똑~같이 한다는 말에 확 눈이 허옇게 돌아뿐 기집이 쪼르르 쫓아간게제.”
둘 사이에 언쟁이 오간다 싶더니 먼저 그 남자를 만났다던 여자, 단매라는 기생이 소리를 팩 지르더니 다른 기생의 팔뚝을 꾹 부여잡았다는 것이다. 그에 붙잡힌 여자가 죽는 소리를 내 확인해보았더니 이상한 각도로 꺾인 팔뚝이 퉁퉁 부어 있었다고 한다. 한 손으로 팔뚝을 부러뜨렸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두 기생 간의 체격 차이도 꽤나 컸다고 한다. 둥근 얼굴과 부드러워 보이는 몸태 덕에 항아라 기명을 정한 피해자 여성의 몸집이 단매의 두 배라고 했으니, 보던 사람들 입이 떡 벌어질 만도 했다.
“뭐, 다행시럽게 기방 행수들끼리 말도 잘 오갔고, 그 남자도 더 이상 안 보인다고 하니 문제야 어찌저찌 해결 됐기는 한데 신기헌 일은 맞지비.”
사건을 맡아 여성들의 증언까지 확보한 다모에게서 직접 이야기까지 들었으니 이번 사건은 그 정도에서 해결된 것이 맞다고 보아야 했다. 준호는 여성의 힘으로 그럴 수가 있나, 몇 번 곱씹어보다가 천천히 서간을 정리하고 가는 숨을 뱉었다.
“근디 이상헌 것은 맞긴 맞는 게, 고 단매라는 기집이 요새 부쩍 그런 일에 연관된단 말여.”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원체 얌전시런 기집이었다던디, 요사이 고 기집이랑 얽힌 놈들이 몇 놈 돼. 아 뭐 노류장화 한 놈이 꺾든 열 놈이 꺾든 벨 일 아니라 허지만, 갑자기 지명도가 높아졌다 그러대? 그래서 기생들 사이에서 좀 말이 도는 가베.”
“...”
“아아니, 뭐. 뭐 낯쩍 반반허면 그렇게 되는 게 맞기는 헌디, 고 기집이 또 앙칼져 싸나워부러. 수군대는 걸 못 견딘다대? 몇 기집이 고 기집 손톱 맛을 봤다허던디, 또 그 상처가 고렇코롬 깊다 드라고. 얄쌍허니 생겨가지구 힘이 보통이 아니대.”
서간을 정리하던 준호의 손이 멈칫했다. 그를 아는지 모르는지 남순은 제 허리춤에 찬 칼을 톡톡 치더니 몸을 쭉 뻗어 일으켜 장난스런 미소를 입가에 씨익 떠올렸다.
“형조 망, 아니 형조정랑, 께서는 부~디 고런 얄쌍헌 기집헌티 샅 물리는 일 없이 조심허쇼잉. 그러라 내 말 더한 것이니께.”
미련 없이 몸을 돌려 발로 문간을 뻥 차고 시원스런 몸짓으로 형조를 빠져나간다. 그런 뒷모습에 정신이 팔릴 겨를도 없이 준호는 서간을 쥔 채 생각에 잠긴다.
가는 여성의 손으로 제 몸집의 두 배가 되는 여성의 팔을 부러뜨린다? 그것으로도 꽤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지만 갑자기 지명도가 높아진 점, 갑자기 바뀐 성격까지 한 번 눈길이 가자 신경 쓰이는 부분이 턱 없이 많아진 느낌이었다. 습관처럼 제 관자놀이를 긁적거리던 준호는 조용히 읊조리듯 한 글자를 말했다.
“-약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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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물 쓰는 건 재미있지만 경국대전을 모조리 섭렵하지 못한 바, 오류가 많습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D
조선에서 모티브를 따온 건 맞지만 얼기설기 꿰어맞춘 졸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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